2021년 4월 25일 일요일

가짜 뉴스의 심리학

 

가짜 뉴스의 심리학: 결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 또한 믿기 쉬운 (박준석 지음)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극단적인 진영간의 대립은 전례없이 심화되었다. 그리고 그런 진영의 대립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가짜 뉴스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왜 간단한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가짜 뉴스에 빠져드는 것일까? 지능이나 지식이나 판단력이 부족해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런 위험성은 나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심리학과 데이터 과학에 기반하여 보여준다.

가장 널리 알려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부합하는 정보만 걸러서 처리하는 것인데, 소셜 미디어의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을 통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그런 편향이 더 강해지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인간이 지닌 여러 가지 한계가 언급된다. 인지적 자원을 쓰기 싫어하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성향, 다니엘 카네만이 말했던 시스템 1과 시스템 2 사고 경로, 기계 학습에서 말하는 과적합(overfitting)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음모론, 동기화된 논증(motivated reasoning),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거짓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에 나오는 사전/기저 확률을 무시한 판단 등등등. 이제는 꽤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가장 점수가 높았다던 MIT 학생들도 100점 만점에 73점의 점수밖에 획득하지 못했다는 CRT 문제(cognitive reflection test)를 주위 친구들에게도 던져보고 싶다. 깊이있는 사고를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것 필링(gut feeling, 직감?)으로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지... 

책에서 나온 4·15 부정선거 음모론의 백미는 동기와 정서가 강력하게 작용하였을 때, 소위 말하는 전문가 또는 유사 전문가들도 가짜 뉴스 생산에 일조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에서의 지역별 득표율을 마치 주사위를 여러 번 던지는 독립 사건처럼 취급하여, 2의 424승분의 1의 확률로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은 일이 발생했다는 물리학자의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비슷한 논리의 부정 선거 음모론은 진보 진영에서도 일어났다. 지금까지 일어난 과거의 현상을 설명하는 모형을 만들 때에, 현실에 없는 전제를 너무 많이 깔고, 복잡하게 튜닝하는 것이 오히려 설명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미래에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비현실적인 전제에 기반한 음모론, 결국에는 가짜 뉴스가 될 수 있다는 것! 지식 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이런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저자는 말미에 전문가에 대한 존중을 말한다. 미국에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이 코로나 음모론과 백신 음모론으로 어처구니 없는 공격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전문성 또는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전문가의 권위를 절대화하여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여 생기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도 있었다. 내 생각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1990년대 일인데, 손으로 책을 읽는다는 초능력 소녀에 적지 않은 과학자들이 속아넘어가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달려들었던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고, 그것의 절정은 세브란스 병원 의사들이 그 소녀의 뇌파를 측정하면서 실제 책을 읽을 때의 뇌파와 동일하게 나온다며 놀라워하던 일이었다. 두 번째는, 황우석 사건이 발생했던 초기에,국보급 과학자였던 황우석에게 내가 감히 어떻게 도전하느냐며 그를 옹호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국가적인 이익을 앞세워 황우석을 추종하는 경향이었다. 

누구나 가짜 뉴스에 속아넘어가고, 진영 논리와 편향,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나는 특히 사람에 대해 판단할 때 조심, 또 조심한다. 회사에서는 인사 평가라는 그럴듯한 제도를 핑계삼아 사람을 끊임없이 평가한다. 그런 평가는 인간의 모든 오류와 편파가 들어갈 구석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초기에 저평가했던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 보석같은 존재였던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최대한 유보한다. 특히나, 평가나 판단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그것이 사람을 신뢰하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신뢰하거나, 전적으로 의심하는 양 극단을 조심하면서, 그 사람을 섣불리 좋은 사람, 또는 못 믿을 사람으로 낙인찍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 수록, 사람에 대한 판단의 영향력과 댓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속에서 동일한 사건과 사안에 대해 극단적으로 다른 시각이 충돌하였다. 나의 소셜 미디어 친구들은 나와 유사한 진영에 속해있고,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기존 진보 진영에서 이 사안을 계기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 극단의 시각이 첨예하게 싸우다보니, 쉽게 내 편과 네 편으로만 편가르기가 되고, 당신의 의견은 내 편이냐, 아니냐로만 단순화되는 것이 참 안타까웠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진실 앞에 겸손해야 함을 느낀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틀릴 수 있고, 나도 인간의 편향과 오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새로운 사실 앞에 나의 믿음을 바꿀 수 있고, 진실은 아직 모른다는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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