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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4

축구 보시는데 죄송합니다...

어제 회사에서 당직이었다. 당직은 밤늦게까지 헬프데스크에서 교육생들의 전화를 받는다. 재미있는 전화가 걸려왔다. "축구 보는데 죄송합니다만..."으로 시작하는 전화였다. 그런데 나는 축구를 보지 않고 있었다. "축구 안 보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왜 당연히 누구나 축구를 볼 것이라고 생각할까? 나는 정말로 솔직히 말하면 사실 월드컵에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정 할 일이 없어서 가끔씩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네, 뭐"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언론과 모든 사람들과 모든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 나서서 하루 쥉일 "대~한민국" 외치기 때문에 축구가 더 싫어지고 있다.

다행인 것과 불행인 것이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집엔 TV가 없기 때문에 TV 채널 돌려가면서 "젠장, 온통 월드컵 이야기밖에 없구만!" 하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불행인 것은 우리집이 시내 중심가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청 앞에 모여서 밤늦게까지 응원하는 소리에 시달리느니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집앞에 나가서 "차라리 축구나 보는 게 낫지"라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축구도 삶의 일부이지만, 축구가 아닌 재미있는, 감동적인, 슬픈, 놀라운, 중요하고 심각한 삶에 대한 이야기거리도 많다. 그런데 왜 그런 다양함을 즐기기가 이렇게 힘든가...

댓글 3개:

  1. 집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TV보지 않아도 경기 상황이 파악이 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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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eing716/16/2006

    저는 그날 일찍 잠에 들었는데, 아파트가 함성에 울려서 깼어요. 그리고 잠시 후 잠들었는데, 또 한번의 함성이 저를 깨우더군요.(ㅋㅋ)

    사실, 다음 날까지 제출해야 하는 단편소설을 새벽녁에 써야할 입장이라서리.....ㅋㅋ.

    아침에 현관문 앞에 있는 '중앙일보' 보고, 이천수 선수가 골 넣은 줄 알았답니다. 아마도, 잠결에... 함성 때문에 깬 것이 많이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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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신현석님, 시끄러운 가운데 저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잘 잤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

    being71님, 저는 다음날 아침까지 결과를 모르고 있었는데, 다들 당연히 봤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아주 이상한 사람 취급받지 않으려면 차마 결과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가 어렵더군요.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서 결과를 알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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