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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2

집 구하기

오늘 오전에 오산 서울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마치고 (위내시경 하고 나니 호스가 들어왔다 나간 목이 너무 아프다.), 오후에 오산에 살만한 집을 알아보러 돌아다녔다. 원칙은 혼자 살기 적당한 작은 평수의 아파트, 빌라, 또는 원룸이되, 가격 상한선을 정하고, 월세가 아닌 것을 찾기로 했다. 인터넷의 부동산 사이트에서 대충 검색해보고 해당 부동산에 전화를 하면 영낙없이 집이 나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보면 오늘 올라온 매물로 되어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인터넷 정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였다. 그럴거면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지 말든지 할 것이지, 아까운 인터넷 트래픽을 낭비해가며 몇 달 전에 나간 집들을 그대로 올려놓는 건 뭔지 모르겠다.

다리품을 팔며, 버스 타고, 택시 타고 오산 시내를 휘젓고 다녔다. 시내와 가까운 운암 아파트 단지 근처, 그리고 이마트가 있는 원동 근처,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가까운 청호동 근처의 아파트와 빌라를 보기 위해 부동산을 대여섯 군데 들렀고, 세 개의 집을 봤다. 웬만한 것은 다 월세이고, 전세로 나온 것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내가 정한 가격 상한선으로는 살만한 집도 없었다. 의식주는 삶의 기본 3요소인데, 그 중에 하나인 집 값이 월급 노동자의 연봉 가지고는 몇 년을 저축해도 도저히 구입이 불가능하게 되어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집이 변질되고, 투기에 의해 집값 뻥튀기가 되풀이되면서 집값이 오른 사람은 반짝 즐거워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집을 살 때에 필요 이상의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다른 소비의 선택을 제한하여 고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을까. 정부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별의별 수를 다 쓴다고 하니 두 손을 들고 반길 일이고 더 강력한 투기 억제 및 집값 안정 정책이 나오기를 목빼고 기다리지만, 이미 집이 투기와 재산 증식의 목적으로 인식되어진 사람들의 의식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으면 어떤 정책이 나와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집이나 토지와 같이 한정된 재화이지만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자원에 대해서는 공개념을 넓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어쨌든 오늘 본 세 군데 모두 딱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한 곳은 집도 넓고, 시설도 그런대로 괜찮은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논밭만 보였다. 차도 없는 내가 수퍼에 뭐라도 하나 사러 나가려 한다면 아마, 옛날 시골에서 읍내에 장 보러 갔다 오듯이 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고민을 했다. 인터넷 시대이니 욕심을 조금 버리면, 자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수퍼도, 세탁소도, 식당도, 미용실도, 과일 가게도 없는 곳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연금술사의 저자 파올로 코엘료도 프랑스 시골에서 그렇게 살지만, 자기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고 들었다. 그러나 자신이 없었다. 젊은 날 그렇게 외진 곳에서 내 자신을 잘 추스리면서 외진 곳에서 나를 발전시켜가며 살 자신이 서질 않았다. 당장 내가 서울에서 아무 생각없이 동네에 추리닝 바람으로 나가도 이발 좀 해야지 하고 머리 깎고, 제과점에 들러 빵 좀 사야지 하고 빵을 사고, 여름에 약국에 들러 모기약을 사는 행동 습관을 바꾸어야 하지 않은가. 계획에 의해 시내에 나가 사야 할 물건 목록과 처리해야 할 목록을 만들고 하루에 그 일을 완벽하게 끝내고 다시 적막한 집으로 돌아오는 시나리오가 그려지질 않았다. 부모님과 형과 상의했다. 어떤 집이 좋겠는지. 결국 그나마 시내에 가깝고 동네에 사람들도 살고, 이런저런 가게도 있는 원룸을 선택하기로 했다. 내일 다시 부동산에 전화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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