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chive

2007-09-01

Mind your posture

I am in the middle of two day workshop, Powerful Presentations. Although I had fairly much experience in delivering presentations in English I did not know that I had a serious problem in my gesture and posture. All the participants of the workshop had a chance to video-taped their own presentation practice and reviewed the recorded video together. I was surprised that I used such an insecure posture and unnatural gesture. They said this non-verbal, but visual or vocal aspects have much more impact on the effectiveness of one's presentation. I had just thought that the message, the verbal message was the key to the presentation until now.


Be aware of yourself. That was today's one big lesson. I hope I will be able to hook another tomorrow.


Fortunately, on the second day, people agreed that I had a very good facial expression when giving a presentation.

2007-08-22

불을 끄고 별을 켜다, 바로 내일(22일)!

제 4회 에너지의 날: 8월22일 시청앞 광장에서 만나요오는 8월22일은 제4회 에너지의 날입니다. 에너지 시민 연대에서는 22일 밤 9시에 단 5분만이라도 동시에 불을 끄고 에너지 절약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행사를 합니다. 낮 2시부터는 한 시간만 에어컨을 끕니다. 서울의 도심 한 가운데에서는 주변 건물들이 소등 행사에 동참하여 불 꺼진 도심에서 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020명의 일반 시민이 언플러그드 음악을 대표하는 통기타 합주도 하여 기네스 기록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저는 아쉽게도 평일 저녁이라 시간이 안 되어 서울까진 못 가지만, 집에서 불을 끄고 주변에 정신없이 번쩍거리는 네온 사인이 얼마나 꺼지는지 볼랍니다.


22일 오후 2시, 밤 9시입니다. 5분간 불을 끄고 잊지 못할 도심의 밤을 만들어봅시다!

Two inspirational quotes

EBS 라디오의 영어 방송, 현석과 애나의 귀가 트이는 영어, 조오제의 토익 리스닝, 이보영의 포켓 잉글리시, 김대균의 뉴 토익 한 오 분 정도. 요기까지가 내가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다. 날마다 듣지만 건성으로 듣다 보니 영어는 거의 패~쓰 하고 해석했던 우리말만 몇 개 건지게 되는데... '귀가 트이는 영어'에서는 기억해두면 좋을만한 인용구를 소개하면서 방송을 끝맺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까먹었지만 오늘 들은 것 하나와 예전에 들은 것 하나를 적어놓는다.


A pessimist sees the difficulty in every opportunity; an optimist sees the opportunity in every difficulty.


The biggest room in the world is the room for improvement.


인터넷을 찾아보니 위의 말은 처칠이 한 말이고, 밑엣 말은 누가 한 말인지 잘 모르겠다.

2007-08-21

다양성이 주는 풍요로움에 대한 찬미, 롱테일 경제학

롱테일 경제학. 크리스 앤더슨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즉흥적이고 짧게 소화할 수 있는 TV, 인터넷과 친해지면서 책과 내가 얼마나 거리가 멀어졌는지... 이 정도 분량의 책을 읽기 위해 얼마나 긴 세월을 질질 끌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난 주말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더운 틈을 타서 밀렸던 책을 다 볼 수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리고 웹과 정보 기술의 세계에서 롱테일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그게 무엇인지 자세히 읽어볼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다. 롱테일 경제학은 웹 2.0의 경제학이라고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19세기 말 시어스 로벅의 카탈로그 우편 판매에서부터 롱테일 현상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롱테일 경제학이 사실 우리 생활과 사회 문화 전반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상당히 그럴듯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생각한 것은 전문성과 지식의 롱테일 현상이다. 세상의 지식, 정보, 전문성은 지금까지 소수의 엘리트들이 다 독점하였고, 그들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지대하였다. 그런 전문성의 정점에는 지식을 생산해내는 학교, 뉴스를 생산해내는 매스 미디어, 특허로 꽁꽁 묶인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거대 기업, 거대 광고주를 끌어들일만큼 영향력이 있는 매체와 영향력이 있는 매체에만 광고를 내는 거대 광고주, 전문적인 지식과 수련을 통해 의료 행위를 독점할 수 있는 의사, 간판만 내세워도 누구나 꺼뻑(?) 죽는 명문 학교 출신자들, 말 한 마디만 하면 모든 기업들이 알아서 기는, 모든 고급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국가 권력, 거대한 전문가 군단과 자금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내는 헐리우드 영화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때로는 간판을 이용해, 때로는 명성을 이용해, 때로는 권력을 이용해, 때로는 거대한 조직 동원력을 이용해, 또는 거대한 자본을 이용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고 문화를 이끌어갔다.


사람들은 모두 박스 오피스 1위인 영화에 우르르 몰리고, 톱텐에 들어가는 가요를 줄줄 외었으며, 시청률이 하늘을 찌르는 저녁 드라마와 초 히트 상품이 된 베스트 셀러 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류 사회의 구성원임을 즐겼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다들 똑같은 스토리에 열광하고, 똑같은 물건을 하나쯤은 갖추어야 하고, 똑같은 음악적인 취향을 가져야 하는가? 왜 세상에 나오는 수십 만종의 책 중에서 단 몇 권만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나머지는 세상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기억에서 사라지는가?


저자는 지금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이 희소성의 가치, 한계 효용, 제한된 선택이라는 기반 위에서 세워졌다면 이제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도구가 널리 보급되고, 생산품을 쉽게 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웹의 세계가 열리면서 80대 20으로 대표되는 선택과 집중의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블로그의 등장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생산의 장을 찾지 못했던 숨은 재주꾼, 숨은 전문가들이 블로그를 통해 의미있는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그런 블로거들이 만들어내는 뉴스는 주류 미디어들이 미처 다루지 못했던 특수한 영역의 전문성을 점점 키워가고 주류 미디어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다가서고 있다. 주류 미디어가 여론을 독점하던 시대에서 뉴스의 롱테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미 양과 질에서 브리태니커를 훨씬 앞서버린 위키피디아도 마찬가지이다.


80년대와 90년대에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획일주의와 흑백 논리의 유혹에 쉽게 빠졌다. 획일적인 군사 문화를 거부한다던 그들도 사실은 진골, 선골 운동권의 계보를 따지며, 누가 더 선명한 운동가인지를 중요하게 여겼고, 이 중요한 시기에 왜 사람들은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지를 항상 원망하였다. 정말 80년대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가? 그러니 90년대에 생활 문화, 먹거리, 성적 자유, 환경 운동, 소비자 운동, 장애인 문제, 가정 폭력, 학교 문제, 인종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시민 사회 운동이 등장할 때 획일주의 논리를 고집하려 했던 사람들은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의 관심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영역도 이제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롱테일 경제학을 나는 복잡성의 경제학으로 이해하였다. 소수의 주류와 스타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는 사회가 이제는 길게 꼬리를 이루며 정말 다양하고 복잡한 일반 범부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로 바뀌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꼬리쪽에 있는 사람들도 UCC를 만들 수가 있고, 구글의 애드센스와 같은 소규모이지만 짭짤한 광고를 유치할 수도 있고, 스스로 광고주가 될 수도 있으며, 유명 블로거가 될 수도 있고, 거라지 밴드를 이용해 음악 작곡가가 될 수도 있고, 댓글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드러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부 기관에서 전문가 회의를 몇 번씩 하고 전문가들을 모셔오려고 정성들여 만들어놓은 사이트는 파리를 날리지만, 일반 사용자가 만들고, 다른 사람이 자유롭게 가감할 수 있게 운영한 사이트는 인기가 좋은 것이다. 롱테일 현상은 단지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문화, 정치 영역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니 사람들이여, 이제 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다. 당신만의 영역에서...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책의 구절을 인용한다.


다음에 제시된 것들은 우리가 희소성 사고 때문에 빠지기 쉬운 몇 가지 정신적 함정들이다.


  • 모든 사람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 모든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

  • 히트 상품이 아니면 실패한 것이다.

  • 엄청나게 성공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 직접 제작 비디오는 좋지 않다.

  • 자비 출판은 좋지 않다.

  • 인디 음악이란 음반사와 계약을 하지 못한 음악이다.

  • 아마추어는 서투르다.

  • 잘 팔리지 않으면 품질도 좋지 않다.

  • 만일 좋은 제품이라면 반드시 인기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엄청난 선택권이 주어진 것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일인데... (후략)


2007-08-19

밤의 음악

오페라의 유령에서 The Music of the Night(밤의 음악)을 건반으로 연주해보았습니다. 현실과 빛의 세계에 있는 크리스틴을 어두움과 밤의 세계로 유혹하려고 팬텀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8월 들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게 되었습니다. 휴일이나 밤이 되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고, 회사에서 불을 밝히고 일을 해야만 했던 경우가 많아지니 진정한 어두움과 휴식이 있는 달콤한 밤이 그리워지더군요. 어떤 경우에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The show must go on!)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환한 불도 끄고, 눈도 지그시 감고, 팬텀이 유혹하는 밤의 세계로 들어가 보십시오. 악기는 GS1000에서 GlockPiano와 ElPiano1을 섞었고, PC의 라인인에 꽂아 아날로그로 녹음했습니다.


The Music of the Night


느리기 때문에 손가락이 안 따라가도 연주는 대충 가능한데 꼭 녹음해보면 중간중간 들쑥날쑥한 것이 귀에 거슬리네요. 게다가 제일 끝에서 두 번째 부분에 화음을 아예 잘못 짚었습니다만(Gb → Db dim(7) → Dm → C → Db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C를 G로 잘못 짚었어요.) 이해하고 들어주십시오.

2007-08-03

지리산 등반의 교훈

7월 28일과 29일 이틀간 고교 친구인 창준, 병준, 용일과 함께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젊은(?) 남자들의 등반 계획이라 결코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는데 친구들의 철저한 준비, 도움, 재치로 무사히 마치게 되어 기쁩니다. 지리산 종주는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아마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 탓인지, 아니면 체력 단련을 하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산행의 와중에 (산행과는 별 상관 없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것들을 적어놓지 않으면 다 까먹을 것 같아 남겨놓습니다.


준비물


여름에 지리산 정도 되는 산에 갈 계획이라면 보다 중요한 준비물과 덜 중요한 준비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강조해야 하는 것은 아마도 등산화와 양말입니다. 이틀 동안 걷는 양이 많기 때문에 산행 후 후유증(?)이 꽤 있고, 산행하는 동안에도 발이 상당히 힘듭니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등산화와 등산용 양말은 꼭 좋은 것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걷게 되므로 무릎에 무리가 가고, 발꿈치가 아프고, 물집이 생기기 쉽상입니다. 함께 간 병준이가 근육에 뿌리는 스프레이, 상처에 붙이는 밴드를 준비해와 참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리산에서는 씻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쓸데없이 비누, 치약, 갈아입을 옷 등은 가져가면 짐만 됩니다. 그냥 이틀간은 그런 거 포기하고 산만 재미있게 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지요. 마지막으로, 개인용 수저, 젓가락을 준비해가니 참 좋았습니다.


계획


무슨 일을 하든지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닥치지 않으면 무엇이 필요할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주변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입니다. 함께 간 친구들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 약 2주일 전부터 이메일로 공동 준비물, 개인 준비물, 비용, 교통, 숙박, 일정 계획 등을 협의하면서 웬만한 회사의 기획서라고 해도 믿을만한 계획서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철저한 계획 덕분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척척 움직일 수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바람 부는 언덕에서 비박(이번에 처음 배운 "야영" 또는 "노숙"과 비슷한 말!)을 할 때에 편하게 산장에서 잘 수 있었습니다.


기록


창준이에게 놀란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미리 산행을 할 코스를 다 적어놓은 것은 물론이고, 행선지별로 작년에 출발, 도착 시간을 모두 기록해놓은 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대비 금년의 시간 변동 사항을 모든 방문지와 주요한 행동에 대해 다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이 있으니 장소가 불분명한 사진도 찍은 시간으로 미루어 어디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록하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표


회사일도, 인생도, 작은 일 하나 하나도 모두 목표가 없으면 그에 따른 노력도, 계획도, 실천도 생기지 않습니다만, 산행에서도 목표가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창준과 병준 덕분에 하루치 산행의 목표, 비용 집행의 목표, 그리고 매번 행선지 도착과 출발 시간 목표 등이 명확하게 있어서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 지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움직인 결과가 기록으로 남아, 다시 목표와 비교해보고, 결과를 반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체력


친구들이 산행 전에 달리기나 앉았다 일어서기라도 하라고 충고했었는데, 사실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습니다. 첫 날 잠을 자지 않고, 노고단에서 벽소령까지 가는 도중에 반야봉을 중간에 거쳐 갔는데 체력의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체력은 힘든 상황에서 개인 차이가 드러나더군요. 평소에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겸손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것보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에 더 심취되어 무리를 하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즉, 나도 더 빨리 걸을 수 있고, 이까짓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능력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를 하게 되어 다치거나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용기와 만용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내리막 길을 걸을 때에 보폭을 크게 해서 충격을 많이 주는 것보다는 보폭을 좁게 하고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흔적


올라갔다 온 흔적은 사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산에다 쓰레기를 버리고, 설겆이 하면서 음식물을 흘리거나, 치약/비누를 사용하는 것 모두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짐이 가벼워야 합니다. 쓰레기를 다시 담아 와야 하니까요. 그 이전에 쓰레기가 최소한으로 생기도록 생활 습관이 달라져야 합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간결한 삶, 훈련이 되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대화


산행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아주 힘들 때가 아니라면 앞에 있는 사람과 뒤에 따라가는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마주보고 이야기하지 않으니, 대화가 좀 끊겨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같이 차를 타고 갈 때나, 마주보고 앉아있을 때보다 더 흥미진진해질 때도 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일행이 노래를 부르면서 가도 좋았습니다.


시선


산을 탈 때에는 길을 잘 살펴야 하므로 계속 땅만 보고 걷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나뭇가지에 머리를 몇 번 부딪쳤습니다. 제가 같이 간 일행 중에서 제일 많이 부딪친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땅과 길이 험해도 가끔씩은 머리를 들고 좀 더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산에서나 인생에서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인사


산에서 마주치는 사람끼리 인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기운이 납니다. 내가 내리막길일 때에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에겐 힘내라고,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말해주고, 평지에서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하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겐 수고하신다고 인사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내가 힘들어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달거릴 때엔 인사말이 잘 나오지 않더군요. 어쨌든 인사에 인색하게 굴면서 그냥 지나치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후하게 퍼주는 것이 훨씬 산행을 즐겁게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일희일비


산에서 한참 힘들 때에는 “내가 왜 이런 곳에 와서 사서 고생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왜 이렇게 힘든 길이 끝이 없이 계속되는가?” 라고 산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과 5분, 10분 정도 지나서 편한 길이 나오고, 멋진 풍경이 나오면 금새 그런 불평, 불만이 사라집니다. 현재 닥친 일에 금방 슬퍼하고, 불평하고, 기뻐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계곡이 있으면, 봉우리가 있고, 뙤약볕 아래 힘든 오르막길이 있으면, 시원한 나무 그늘 드리워진 바람길도 있다는 것, 정작 그 안에 갇혀 있을 때에는 정말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현재의 모습에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일정


창준이의 꼼꼼한 기록 덕분에 일정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출발/도착 시간, 해발 고도, 구간 거리, 교통편, 비용, 식수, 개인적인 코멘트까지 기록하였으나 다 생략하고 시간만...



7월27일 23:41

평택역 출발(무궁화호)

7월28일 03:23병준이

구례구역 도착

7월28일 03:36

구례 터미널 도착

7월28일 04:35

성삼재 도착

7월28일 05:42노고단 산장에서

노고단 산장 도착. 아침 식사(김밥, 라면)

7월28일 07:00

노고단 도착

7월28일 08:11노고단과 임걸령 사이에서 한 컷

임걸령 도착

7월28일 09:14

노루목 도착창준이

7월28일 09:51

반야봉 도착

7월28일 10:25

삼거리 도착

7월28일 11:07

삼도봉 도착

7월28일 11:38용일이

화개재 도착

7월28일 12:19

토끼봉 도착

7월28일 13:50

연하천 산장 도착. 점심(라면, 김밥). 길목 나무 그늘에서 오침 1시간

7월28일 16:00

다시 출발 → 형제봉

7월28일 17:43벽소령 산장에서 찍은 일몰 광경

벽소령 산장 도착. 저녁 식사 (밥, 삼겹살 김치찌개)

7월28일 21:00

산장에서 취침

7월29일 04:30

기상. 아침 식사 (북어국, 밥). 05:53에 출발

7월29일 06:48

선비샘 도착

7월29일 07:45선비샘과 칠선봉 사이에서 창준이와

칠선봉 도착

7월29일 08:35

영신봉 도착

7월29일 08:45

세석산장 도착

7월29일 09:27촛대봉과 연하봉 사이에서 나, 용일, 창준

촛대봉 도착

7월29일 10:19

토끼봉 도착

7월29일 10:41

연하봉 도착

7월29일 10:57

장터목 산장 도착. 짐 풀어놓고, 11:13에 천왕봉 오르기 시작천왕봉에서

7월29일 12:06

천왕봉 도착

7월29일 13:11

장터목 산장 도착. 식수 부족으로 점심은 남은 과자 몇 개로 대신하고 하산.

7월29일 16:33천왕봉과 장터목 사이에서 병준, 나

백무동 도착. 샘물로 머리 감고, 세수

7월29일 16:52

백무동에서 식사 (산채 비빔밥)

7월29일 18:00

일월행 버스 출발

7월29일 19:30

일월 → 광주행 버스 출발

7월29일 21:40

광주 광천 터미널 도착

7월29일 22:10

상무지구 도착. 병준이 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

7월29일 22:35

집에 도착. 일정 끝.

2007-07-08

평창 사람들에게

강원도 평창이 2014년 동계 올림픽 후보 도시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뭐 동계 올림픽하고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가 이루어질까봐 내심 걱정이 되었으나, 막상 뉴스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평창 사람들의 눈물을 보니 안타까웠다. (일부는 땅 값이 오르지 않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응원하고 바랬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허탈감이 컸을 것이다.

살다 보면 개인이든 단체든 기적같은 성공도 일어나지만, 최선을 다했으나 쓴 실패를 맛볼 때도 얼마든지 있다. 인생은 실패와 성공의 연속인 것 같다. 실패하고 잠깐 주춤한 모든 사람들에게 짧은 피아노곡을 바친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동요 무궁화 멜로디를 약간 연장한 정말 짧고 간단한 곡이다. 올림픽으로 시끌벅적하지 않더라도 원래의 아름답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평창을 위해...

평창 사람들에게

연주 악기는 GS1000 신디사이저에서 Piano 1 과 Stereo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