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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8

그래도 우리 나라에 여성가족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세계로 가는 여성부 - BBC와 CNN 해외토픽에 대한 트랙백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캠페인 한 번 잘 못 했다가 완전히 여론의 방망이를 흠씬 두들겨 맞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대부분의 블로그와 답글들도 그런 부정적인 반응들밖에 없군요. 아마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상당히 감정적인, 그리고 단순한 이 이벤트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단, 평소에 여성가족부의 존재 자체가 못마땅하니 이 기회에 없애버리자는 투의 글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해도 다 밉고, 무슨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다 대통령 탓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참 아쉽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정부 기관의 하나로 생긴 것은 국가 인권 위원회의 탄생과 함께 우리 나라의 민주화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업무를 전담한 유사한 국가 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러워할 일이지요. 여성가족부와 인권위는 국가 기관이기 때문에 시민 단체에서 하기 힘든 인권 신장 노력을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가 기관이기 때문에 정말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의 인권보다는 국가의 통치 이데올로기에 손들어줄 수 밖에 없는 한계도 같이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인권위는 아직도 의결을 하지 못하고 권고만 할 수 밖에 없지만. 여러 가지 비판과 내외부의 때로는 심각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두 기관이 있음으로 해서 통제를 본업으로 하는 정부라는 거대한 기관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부서가 생겼지요. 이것을 보고 조선일보와 같은 황색 신문에서는 정부 기관들이 의견 조율 못하고 딴소리한다고 비판하겠지만요.

이번 캠페인은 여성가족부도 시인했듯이 방법적으로는 호되게 비판받을 구석이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근거로 보도 블럭을 다시 까는 것이 차라리 낫다느니, 여성가족부는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말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신문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아직도 100만명 이상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합리화할 수 있을까요? 돈으로 사람의 몸과 성을 사는 행위를 하룻밤에도 수많은 남성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런 심각한 예를 들지 않아도 문제는 많습니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성차별이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성차별이 없다고 하는데 왜 회사에 여성 임원, 아니 임원까지 가지 않아도 여성 부장님은 가뭄에 콩나듯이 발견되는 것일까요? 왜 아직도 의사는 대부분 남자이고 간호사는 대부분 여자일까요? 왜 미팅을 하면 남자가 주로 돈을 지불해야 할까요? 왜 주부하면 여성만 떠올리게 되고, 남자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한다고 하면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측하게 될까요? 왜 성폭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여자들은 밤길을 조심해야 할까요?

저는 여성가족부가 할 일이 아직은 매우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매매는 여성가족부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아주 심각하고 극단적인 것입니다. 그런 목적 의식이 너무 강해서 이번과 같이 많은 남성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캠페인을 만들었겠지요. 사실 궁금합니다. 왜 성매매에 대해 적극적인 거부감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 큰 소리를 내지 않는지. 해외 언론에 이런 소식이 소개되는 것이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태국에 성매매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주로 한국 남성들이 태국에 성매매를 하려고 관광을 한다는 이야기), 네덜란드에는 아예 합법화되어 있다고 들었지만, 저는 한 번도 제가 개인적으로 만난 태국 남성들과 네덜란드의 남성들을 이상하게 바라본 적이 없었습니다. 집단 내의 모든 사람을 싸잡아 어떻다라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 틀린 이야기이고 개인은 다 다르니까요. 자신이 속한 나라에서 성매매가 횡행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비판적으로 말하는 남성들을 보면, 오히려 그 사람과 그 나라가 부럽기까지 합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 특히 나라, 민족, 가족처럼 핏줄과 연관되어 쉽게 바꾸기 힘든 것들을 스스로 비판하기는 여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성매매를 많이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면, 우리는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바꾸어야 합니다. 알려진 사실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아직도 돈으로 사는 성폭력인 성매매가 널리 횡행되고 있다는 것이 훨씬 부끄러운 일입니다.

2006-12-19

어떤 형태의 펌질과 스크랩도 모두 반대합니다.

블로그 글의 무단 도용: 네이버 vs. 독립 블로거 라는 글을 읽고 다시 열불이 나서 한 마디 씁니다.


불법이고 합법이고를 떠나서 저는 펌질, 스크랩을 적극 반대합니다. 펌질, 스크랩을 통해 복사된 글들이 인터넷을 어지럽혀 결국 검색 엔진이 사용자가 원하는 글을 찾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제목만 살짝 다르지만 결국에는 똑같이 복사된 글만 검색 결과에 올려놓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을 양산해냅니다. 그래서 펌질에 의해 오염된 네이버 블로그,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검색하면 원본 글은 누가 쓴 지도 모르겠고, 복사하고 또 복사한 쓰레기만 나오죠. 그나마 네이버와 싸이월드가 자신의 서비스들을 robots.txt로 검색을 막아놓은 게 어찌보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 나라 인터넷은 온통 복사된 쓰레기로 가득 찼을 지도 모르니까요.

웹의 기본은 스크랩이나 복사가 아니라 링크입니다. 그리고 그 링크에 의해서 검색의 중요도도 결정되어야 합니다. 펌질과 스크랩을 통해 데이터의 웹은 더욱 요원해져 갑니다. 사용자들이 올려놓은 지식 정보와 블로그, 카페는 마치 자기 자산인양 검색도 막아놓고, 다른 곳에서 링크를 걸려고 하면 매일 링크 주소를 바꿔버리는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들의 행태가 어쩔 수 없이 펌질과 스크랩을 양산했고, 인터넷 세상을 오염시켜온 주범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파란과 같은 후발 주자가 어떻게든 트래픽을 모아보려고 타 블로그의 스크랩 기능을 넣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미 예상되어 온 일이라고 보입니다. 그나마 뺐으니 천만 다행이군요.

2006-12-16

금호 OB 합창단 송년 모임

지난 9월에 시작해 12월 9일 올해 마지막 합창 연습을 마치고, 조촐한 송년 모임을 하였다. 뒷줄 왼쪽에서부터 영택이(단장), 성욱이(지휘), 하성이, 대중이, 앞줄은 나(반주), 사진 찍은 사람은 광익이다. 연습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뒷풀이 모임에 몇 명이 더 왔다. 다들 바쁘고 멀기 때문에 올해는 연습을 시작한 것만으로 크게 한 발을 내딘 것 같다.

금호OB합창단 송년 모임

2006-12-14

His first job at Google

오산역에서 형(신정식)

My brother, Jungshik leaves Korea tomorrow, December 14. He visited Osan today to say goodbye. He will stay in San Francisco working at Google as an i18n expert. I will miss him for I won't be able to see him boarding a plane tomorrow. Wish him a Merry Christmas and happy life in the States!

2006-12-08

즐거운 불편 24

집앞에 성당에서 온 재미있는 전단지가 놓여있었다. 제목은 즐거운 불편 24! 대림절 기간에 24가지 불편 사항을 실천하고, 그것을 성공할 때마다 성공 축하금을 조금씩 모아 아프리카나 제3세계 생명 기금으로 보내는 운동이다. 많이 쓰고, 많이 소비하고, 빨리빨리, 편하게 사는 것이 장려되는 사회에서 즐거운 불편이라는 발상이 참 신선하다. 자 이제 이 즐거운 불편을 통한 성공 축하금을 좀 모아봐야겠다. 중간에 재미있는 항목도 있다.


  1. 반찬 가지 수를 한 개 더 줄이고 음식물은 남기지 말기

  2.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이용 대신 한 번 더 걷기

  3.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한 번 더 이용하기

  4. 운전할 때 교통 질서를 한 번 더 지키기

  5. 전등 한 개 더 끄기

  6. 새 자동차 구입을 한 번 더 미루기

  7. 새 핸드폰이나 컴퓨터 구입을 한 번 더 미루기

  8. 새 가전제품(TV, 냉장고 등)의 구입을 한 번 더 미루기

  9. 1회용 티슈 대신 손수건을 한 번 더 사용하기

  10. 1회용 컵 대신 개인 컵을 한 번 더 사용하기

  11. 1회용 기저귀 대신 헝겊 기저귀를 한 번 더 사용하기

  12. 시판 생리대 대신 헝겊 생리대 사용하기

  13. (지갑처럼 접을 수 있는) 장바구니를 한 번 더 가지고 다니기

  14. 상대방의 말을 한 번 더 들어주기

  15. 가족과 대화 한 번 더 하기

  16. 가족과 같은 이불에서 한 번 더 자기

  17. 가족이 같은 시간에 기도 한 번 더 하기

  18. 대형 백화점과 대형 마트 대신 지역 상점 1번 더 이용하기

  19. 가능한 재활용품(재생지 등) 한 번만 더 구매하기

  20. 패스트 푸드 대신 밥 한 번 더 먹기

  21. 세탁기 한 번 덜 돌리고 대신 세탁 비누로 손빨래하기

  22. TV를 한 시간 덜 보고, 컴퓨터 한 시간 덜 쓰기

  23. 휴대폰 문자 다섯 통 덜 보내기

  24. 휴대폰 통화요금 10% 줄여보기

  25. 마지막은... 각자가 해보기로 정한 위의 24가지와 다른 불편

2006-11-30

이해의 용이성: 웹 접근성 준수 실무 세미나 발표 자료

오늘 (2006년 11월 29일) 웹 접근성 준수 실무 세미나에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중 세 번째 원칙인 이해의 용이성 부분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원칙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짧은 시간에 실제 일어날 법한 사례를 다루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약간 어중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공유합니다. PDF로 변환한 파일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발표 자료: Understandable Content and Controls

2006-11-13

이보다 더 행복한 이혼은 없다

이보다 더 행복한 이혼은 없다, 한겨레 21의 도발적인 표지 이야기 제목이다. 자동차가 집보다 더 중요한 필수품이 된 우리 사회에서 꽤 큰 회사에 다니는 내가 자동차도 없다고 하면, 그러니까 장가를 못 갔다고 하거나,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고 하거나, 왜 아직 차를 사지 않았냐고 매우 의외라는 반응들을 보인다. 사실 나는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주범인 자동차 문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나라도 자동차를 거부해보자는 심리로 버텨왔었다. 자동차가 없었기에 나는 걷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은 더운 여름날이나 추운 겨울날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회사 정문에서 사무실까지 꽤 거리가 있어서 걷는 것을 별로 달가와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걷는 시간만큼 주변의 경치를 즐길 수 있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시내에서도 가끔씩은 아주 먼 거리를 일부러 걸어다니며 시내 구경을 하는 것이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그러다 지난 6월에 구입한 자전거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발로 굴리는 두 바퀴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두 발로 걷는 세상과 또 달랐다. 가장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인류의 훌륭한 발명품, 자전거를 타며 가보지 못한 곳들을 찾아가는 재미를 마음껏 즐겼다.


그러나 세상은 나 혼자만 만족하며 살아가는 곳이 아니었다. 자동차가 없는 내가 가끔씩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눈이 따갑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자동차를 사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지구에게 해를 덜 주고 싶은 마음에서 새로 생산된 차가 아닌 중고차를, 그리고 가장 작은 경차를 샀다. 물론 차를 사기 전에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열 명이면 열 명 모두 경차는 사지 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민 끝에 나는 경차를 사고 말았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몇몇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사실 따갑기도 했다. 사람들은 나보고 일 년만 타다가 새 차로 바꾸라고 했다. 그 때마다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지만 몇 년 안에 차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차를 사고 나서 비상시에 차를 타고 출근할 수 있다는 게으른 믿음 때문에 늦잠을 자기도 하고, 차를 타고 가면 될 것이라는 게으른 믿음 때문에 성당에도 늦게 출발한다. 차가 없었으면 최소한 사무실에서 회사 정문까지 걷고,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었겠지만 차츰 그나마의 걷는 일도 귀찮아하게 되어간다. 차를 타면서 자연의 맑은 공기와 쏴한 바람과 깊은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잃어버린다. 나만의 좁은 공간에서 추울 때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고, 더울 때는 찬바람이 나오는 편안한 상태로 잽싸게 원하는 곳까지 쉽게 갈 수 있는 차를 타면서 움직이는 것, 땀흘리는 것, 시간이 늦어서 발바닥에 땀나게 뛰는 것 이런 것들을 혐오하게 된다. 이런 모습으로 내가 급격하게 변해가는 것이 두려워 차를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새 차를 사면 여기도 가보고 싶고, 저기도 가보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사실 딱히 어딘가 차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산지 이제 석 달이 되어가지만 사실상 차와 나는 별거 상태이다. 차를 사고 주유를 딱 한 번 했는데 아직도 기름은 반 이상이 남았다.


차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영남대 박홍규 교수 같은 분은 잘 알려진 분이다. 그리고 한겨레 21 이번 기사에 나온 박영숙 한국 여성 재단 이사장도 날마다 베엠베(BMW, 버스(Bus), 지하철(Metro), 걷기(Walking))를 타는 분이다. 나보고 차와 이혼하라고 한다면? 사실 자신 없다. 왜냐면 차를 알게된지 이제 몇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주는 아니어도 거부할 수 없을만큼 차가 아쉬울 때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 당분간 소원한 상태로 지낼 것 같다.


박 교수의 자전거에서는 생활의 냄새가 난다. 차체는 녹슬었고, 장바구니도 달렸다.평생 자동차를 사지 않은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의 차는 베엠베(BMW)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