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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2

포장의 딜레마

오랜만에 신발장을 정리하는면서, 내가 지금까지 모아놓은 비닐 봉지가 이렇게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시장이나 편의점 등에서 물건을 사면서 받은 비닐 봉지, 속옷을 포장하는 비닐, 전자제품 포장 비닐, 회사에서 쓰는 보안용 비닐 봉지, 제과점에서 빵 담아주는 비닐, 시에서 나오는 쓰레기 봉투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많은 양의 비닐이 있었다. 사실은 서울에서 이사오면서 버리지 못한 비닐부터 시작해 정말 많은 비닐 봉지가 쌓였다. 이런 비닐들은 여행이나 등산 갈 때에 장비나 옷을 분류해서 담거나, 쓰레기를 모으는 데에 쓰고, 또, 집에서는 공식 쓰레기 봉투에 담기 전에 쓰레기들을 임시로 담아두는 데에도 쓰고, 무척 열심히 써서 없애려고 해도 쌓이는 양이 쓰는 양을 따라가지 못한다.


포장이 상품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쉽게 운반할 수 있게 하고, 예쁘게 보이게도 하고, 오래 보관하거나 진열할 수 있게 하고, 상품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무슨 물건을 하나 구입하게 되면, 거기에서 나오는 포장지 쓰레기가 정말 장난 아니다. 동네에서 구입하는 케이크, 계란, 두부, 와이셔츠, 속옷, 전자 제품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포장지, 포장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과, 그것들을 담는 종이 가방, 비닐, 택배나 우편물의 포장, 심지어는 세탁소에서 세탁물에 씌우는 보호 비닐, 음식물에 씌우는 랩 등등... 그나마 동네 구멍 가게나 수퍼, 재래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대형 마트에서보다 쓰레기가 조금은 덜 나온다. 동네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사면 그냥 과일만 갖고 오지만,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사과 두 개만 사도 상당한 양의 포장 공해가 고스란히 따라온다. 그리고 마트에서는 꼭 필요한 것보다 쓸데없이 많이 사게 된다.


우리 동네 수퍼에서는 비닐 봉투에 식료품 담아주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객들이 싫어할까봐 봉투값도 받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비닐 필요 없어요." 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끔씩은 나도 예상하지 못할만큼 구매한 물건의 부피가 커지는 경우가 생기고 그럴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비닐 봉지를 사용하게 된다. 가끔씩은 장바구니를 미리 준비해가는데, 이게 습관이 안 되어 그냥 무계획적으로 장보러 뛰어나가는 경우가 꽤 많다.


비닐이 땅 속에서 썩기까지는 최대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땅 속에 버려진 비닐들은 물과 공기의 유통을 차단하여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하고, 토양의 질도 나빠진다고 한다. 소비자로서 내가 사용하는 비닐의 양도 이렇게 엄청난 것을 생각하면 정말 한숨이 나온다. 사실 전혀 포장하지 않은 상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업자 모두 포장의 공해를 줄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개별 소비자로서는 뭘 할 수 있을까?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얼른 생각나는 것들로는... 과대 포장이 되지 않은 유통 경로가 단순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 꼭 필요한 것만을 소비하는 것,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것,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 비닐 봉지나 종이 가방 사용을 거부하는 것 정도? 어쨌든 포장 쓰레기로 인해 좁은 집에 사는 나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댓글 2개:

  1. being7112/19/2007

    접힌 작은 천가방을 가방안에 넣어두고 다니면 좀 도움이 되는데.... 저는 예전에 스타벅스에서 준 합성수지 소재의 가방을 늘 메고 다니는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녀요. 도움이 됩니다. ^^

    가방 안가지고 다니시면...어렵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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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eing71님, 맞습니다. 저도 그런 가방 있어요. 항상 들고 다녀야 할 것이 몇 가지 더 늘어나네요. 제가 아는 친구는 일회용 컵을 쓰지 않기 위해 항상 컵을 들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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